💬 회고
2025 4분기,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들
이직 준비 과정
올해(2025년) 1분기가 끝날 무렵, 난 꼭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좀 더 부합하는 기업으로 이직하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 중 몇 가지를 나열해보자면,
- 수도권에 위치해 커피챗, IT 컨퍼런스 및 세미나와 같은 성장 기회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기업
- 내가 관심 있어하는 문화/예술/창작 분야에 속해 있거나, 사용자 경험과 맞닿아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B2C 서비스 기업
- 구성원의 성장을 독려하는 환경
- 등등…
아직 채용시장에 발을 들이기엔 내 역량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본격적인 취준은 미루고 있었는데, 자꾸만 이렇게 미루다간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제대로 된 취업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0월쯤부터 원티드에서 채용 공고를 탐색하며 지원할 기업을 리스트업하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11/08 - WAP 공개 연사의 날(구직 특강)

그러다가, 부경대학교의 개발 동아리 WAP에서 구직 특강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해 특강을 들으러 다녀왔다. 우테코 현역 때 들었던 특강과 내용은 같아서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정보였지만, 열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취준에 대한 인사이트를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특강을 들은 후엔 더 열심히,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취준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 관심 있던 회사(이하 A)에 이력서를 넣었다.
11/14 - 2025 우아한테크코스 리크루팅 데이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서, 우아한테크코스 2025 리크루팅 데이가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아한테크코스 수료생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 박람회같은 행사인데, 딱 좋은 시기에 온 기회라고 생각해 곧장 서울로 가는 표를 끊고 행사에 참여했다.
리크루팅 데이 부스를 돌면서 여러 기업의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 중 정말 가고 싶은 회사(이하 B)가 생겨서, 마음먹고 본격적인 취준을 시작했다.
11/14~12/22 - 본격적인 구직 활동
약 열흘 동안, 매일 퇴근 후 남은 시간을 쥐어짜내며 서류를 준비했고, 인프런의 멘토링 플랫폼을 통해 이력서 피드백도 받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완성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B 회사를 비롯해 우선순위가 높았던 다른 회사들(이하 C, D, E, F)에 순차적으로 지원을 넣었다.
그 중 몇 군데는 서류를 합격해, 곧바로 면접 준비를 했다.
면접을 준비하고 실제 면접을 보면서, 스스로 기본기가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기술 면접을 비롯한 실무 역량을 평가하는 모든 전형에서 탈락했다.
12/16 - 멘토님과의 커리어 상담
한창 면접 불합격 메일과 서류 합격 메일을 연달아 받고 있었을 즈음, 스스로의 역량 부족을 크게 느끼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내게 무엇이 부족했고, 그것을 지난 시간동안 왜 채우지 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데, 혼자 생각만 해서는 명확한 해결책을 내기 어려웠다.
당시의 가장 큰 고민은 다음과 같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취준에 전념하는 것이 좋을까?
처음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경험하면서 왠지 이직에 가까워진 기분이 들고, 그런 와중 나 스스로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니 조바심이 나서 막막하고 불안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 이직 준비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어지고, 그게 취준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바짝 준비해야 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뜸 회사를 그만 두기엔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고민만 늘어갔다. 내게 조언 내지는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멘토가 절실했다.
그래서, 과거 우아한테크코스에서 인연을 맺었던 리사 코치에게 용기내어 커리어 상담을 요청했다.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리사는 흔쾌히 상담을 수락해주셨고, 내 상황을 전해듣더니 당신의 생각을 말씀해주셨다.
상담을 크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 (나)는 멘탈이 강하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이직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면 간절함이 생기고, 그 적은 시간동안 더 열심히 임하면서 더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내가 취준을 못하는 건 회사 때문이야’라는 생각은, 회피일 수도 있다. 그리고 무작정 회사를 그만뒀다가 기약 없는 공백기가 생길 수 있다. 불안한 맘에 큰 결정을 내리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 메타인지를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덜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가 말한 자신의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사실 모든 신입 개발자들이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더 본인에게 맞게, 구체적이어야 한다. 메타인지가 완벽하다면 나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다음 스텝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냥 ’나’와 ‘신입 개발자로서의 나’는 다르며, 커리어 성장을 위해선 후자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 누구’인지 정리해보라.
- 본인의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면, 현재의 문제를 상황 탓으로 돌리게 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회사에서의 경험을 경력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생각해보라. 불안할 때야말로 나의 강점, 좋은 상황을 확인하는 게 객관적/심적으로 도움이 된다.
- (그 외 실제 취준할 때 도움되는 팁)
경험자의 시선에서 조언해주신 덕에 내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계속되는 불합격 소식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있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가진 강점과 성과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다시 자신감을 찾고 다음 스텝을 계획할 수 있었다.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만이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태도는 아니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는 데 낙관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산
전형 결과
- A ⇒ 서류 탈락
- B ⇒ 서류 탈락
- C ⇒ 서류 합격, 1차 기술 면접 탈락
- E ⇒ 서류 합격, 과제 전형 탈락
- D ⇒ 서류 합격, 1차 기술 면접 탈락
- F ⇒ 서류 합격, 코딩테스트 탈락
결론
결과적으로 모두 탈락하긴 했지만, 지원했던 기업 6곳 중 4곳의 서류전형을 합격했으니 서류 패스율은 나쁘지 않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직무면접&과제전형에서 모두 탈락한 점에서, 기본기와 면접 연습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서 준비하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후기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나는 회사 일이 바빠 시간을 내기 어렵고, 채용시장에 발을 들이기엔 아직 내 역량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본격적인 취준’을 자꾸만 미뤘다.
난 한 번도 제대로 된 취준을 해본 적이 없었고, 내 실력에 자신이 있는 편도 아니어서 막막하고 두려운 맘에 취준을 해야 한다는 현실을 줄곧 외면해왔던 것 같다.(당시 상황적으로 동기 부여를 받을만한 계기가 없었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무기력하게 방황했던 탓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것은 회피일 뿐이다. 경험이 없고 부족한 만큼 직접 부딪쳐보며 성장의 기회를 엿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있어 이번 4분기의 이직 시도는 그 자체로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두 달간, 여러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를 경험하며 기업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나 스스로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었으며, 나의 부족한 점을 앞으로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지 그 방향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비록 이직엔 실패했지만, 이 실패를 원동력 삼아 내년엔 커리어 성장을 위해 이악물고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다짐
내 나름의 다짐으로 앞 문단을 마무리짓긴 했지만, 포스팅을 끝내기 전에 앞으로의 좀 더 구체적인 계획과 마음가짐을 더 정리해보려고 한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회사에 입사해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지금과는 조금 다른 노력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가끔 경험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기술스택을 공부하는 것. 이걸로는 부족했다.
- 기본기 쌓기
직무 면접에서 들은 질문 중,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기본적인 문제가 많았는데, 대부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취업은 어렵고, 생각보다 내 머리에 든 게 없었다… 사실, 지금의 회사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런 기본기를 쌓을 시간은 충분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무래도 단순히 요구사항을 구현할 땐 그런 기본기가 없이도 충분하다보니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나태하게 방치한 것이다.
그래서 나만의 학습 원칙을 정했다. 첫 번째로는 DFS(깊이 우선 탐색)식 학습이다. 어떤 개념이 있을 때, 그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가? 그 개념에 대한 설명에 포함된 모든 키워드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가? 설명할 수 있는가? 이런 식으로 어떤 개념에 대한 이해가 완벽해질 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학습을 수행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식이다.
will-change이 뭐지? → GPU 메모리에 애니메이션 실행에 필요한 합성 레이어를 미리 올려두도록 설정할 수 있는 CSS 속성으로, 프레임 드랍을 해소할 수 있다 →합성 레이어가 뭐지? 프레임이 뭐지? →…
오래 걸리긴 해도, 왠지 스토리텔링도 되고 재밌어서 그런지 단순 암기보다 훨씬 기억에 잘 남는다. 점점 더 깊고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게 되니 탄탄한 기본기를 쌓고자 하는 내 목적에도 잘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모든 것에 이유를 찾는 방법이다. 이유 없는 기술은 없다. JavaScript도 그냥 생긴 언어가 아니듯이, 모든 기술은 그 맥락과 이유가 존재하고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곧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며, 좋은 기술자는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므로, 항상 질문을 가지고 탐구하다보면 기술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기반이 쌓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발상한 방법이다.
예시를 들어보겠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역 상태관리 라이브러리, Jotai가 있다고 하자. Jotai는 왜 등장했을까? 그 전에 주로 사용되던 라이브러리가 있었을 것이고, 거기엔 어떤 문제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Jotai가 등장했을 것이다.(모든 기술은 기존에 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하니까) 그럼 이제 이것을 탐구하는 것이다. 예시는 라이브러리로 들었지만, 이런 질문은 라이브러리나 기술 패러다임에만 한정되지 않고 개발 툴, 아키텍처, 심지어 코드 한 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 방식은 사실 기술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실제로 프로그래밍의 역사를 공부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고 들었다.)
이 두 방식을 결합해서, 수시로 기술 공부를 할 생각이다. 당장 공부가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개발 토픽부터 시작해서, 컴퓨터 전반에 대한 지식을 착실히 쌓아가보겠다.
- 경험을 경력으로 만들기
리사와의 상담을 통해 나 스스로가 패배주의에 빠져있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됐다. 날 둘러싼 환경으로 인한 제약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안 될거라 단정짓고 회피해왔던 것 같다.
예를 들면…’회사 일 때문에 절대적인 시간이 적어서 이직 준비를 할 수 없다’든지, ‘회사 데드라인이 촉박해서 기능 구현에만 급급하느라 심도있는 설계&코드품질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없다’든지, ‘사내에 테스트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지 않아서 관련 경험을 쌓을 수 없다’든지.
물론 상황에 따라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한계에 부딪쳐보기도 전에 미리 포기했던 태도는 잘못된 것이었다. 사실 어떻게든 노력해보면 방법은 있고, 설령 잘 안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게 있을텐데, 너무 안일했던 것 같다.
앞으로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것,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지금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최대한 시도해보려고 노력해보려고 한다. 미리 체념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지만, 뭐라도 시도해본다면 의외로 쉽게 바뀔 수도 있고, 그 시도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리고, 내가 맡은 업무에 좀 더 능동적인 태도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력서를 쓰면서 느낀 점은,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수행한 업무들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업무 내용 자체가 사소한 경우도 있었지만, 좀 더 고민해보고 고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일도 많았다.
어떤 업무를 수행할 때, 단순히 ‘요구사항을 완수’하는 걸로 끝나면 안된다. 내가 맡게 된 업무의 최소 조건을 달성하고 바로 내 손에서 떠나보낼 게 아니라, 좀 더 주인의식을 갖고 ‘지금의 시스템(혹은 결과물)을 더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꾸준히 고민해보고 최선의 결과물을 산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나에게 이런 부분이 조금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업무 스케줄이 촉박해 당장 고민을 할 수 없다면 잊지 말고 나중에라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내 업무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그만큼 얻어가는 것도 많을 것이고, 어엿한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요지는, 지금 상황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능동적으로 찾으며 실천하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좋은 환경에 놓인다고 해서 역량이 키워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맘에 새기자.
- 동종업계 사람들과의 교류를 두려워 말기
리사와의 상담 후, 연락이 뜸해졌던 동종 업계 친구들에게 용기내어 연락했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고맙게도 연락이 닿은 지인들은 흔쾌히 시간을 내어 자신의 인사이트를 내게 아낌없이 공유해주었고 덕분에 많은 인사이트와 자극을 얻을 수 있었다.
나에겐 항상 터널을 빠져나올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었구나 싶어 부끄러워졌다.
일련의 경험을 통해, 무기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자극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나를 계속 두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다른 개발자의 인사이트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내년엔 컨퍼런스나 세미나와 같은 개발자 교류 행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개발자 지인들과도 더 자주 연락해볼 생각이다.
이 모든 걸 실천하려면, 당분간은 정말 바쁘게 살아야 할 것이다. 정말 독하게 공부해야겠다 마음 먹고 연말 약속도 대부분 취소하고 조금이라도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머리도 과감하게 잘랐다.(남이 보면 웃길 수도 있는데…이렇게라도 해야 이 결심을 꾸준히 상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
내년엔 더 착실하게 사는 사람이 되어, 꼭 원하는 회사에 이직하고 싶다.